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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일상은 차와 함께 흐르고, 잔을 부딪치는 순간엔 술 문화가 얼굴을 드러납니다. 전설로는 신농씨(기원전 3천 년대)가 차를 발견했다 하지만, 문헌·고고학적으로는 한·위진 남북조 시기부터 약·음료로 기록되며, 당·송나라 시대에 음용 문화와 다학(茶學)이 본격적으로 활발해지게 됩니다. 오늘의 중국은 역사가 켜켜이 쌓인 여섯 큰 차 부류와 지역마다 개성이 뚜렷한 다양한 술의 세계를 동시에 품고 있습니다.
1. 중국 차
역사·생활
중국의 공공기관·기차역에서 데운 물(开水)을 쉽게 얻을 수 있는 건 차를 수시로 우려 마시는 생활 습관 때문입니다. 가정·사무실에는 보온병·개완(盖碗)·공도배(公道杯) 같은 기본 도구가 보급되어 있습니다. 광둥의 '얌차(飲茶, 딤섬과 차)', 푸젠·광둥의 쿵푸차(工夫茶) 예법, 항저우의 봄철 신차(明前茶) 문화가 대표적입니다.
차의 분류(정통 분류)
- 녹차: 비발효된 차. 녹차는 잎의 푸른색과 신선한 향을 살립니다. 용정(龍井), 벽라춘(碧螺春), 황산모봉(黄山毛峰) 등이 명차로 알려져있습니다.
- 홍차(중국식 '붉은 차'): 완전 발효된 차. 맑고 붉은 수색을 띄는 차로 달콤한 향이 납니다. 기문홍차(祁门红茶), 정산소종(正山小种)이 대표적인 홍차입니다.
- 청차(우롱차): 반발효된 차. 꽃과 과향의 고급스러운 단맛이 나는 차입니다. 무이암차(大红袍 등), 안계 철관음(铁观音), 봉황단총(凤凰单枞)이 대표적인 우롱차입니다.
- 백차: 아주 가볍게 산화 및 건조된 차로 부드러움과 담백함이 특징입니다. 백호은침(白毫银针), 백모단(白牡丹)이 대표적인 백차입니다.
- 황차: 민황(悶黃)이라는 후발효 공정으로 비릿함을 걷고 감칠맛을 더한 차입니다. 녹차와 비슷한 형태이지만, 노란색을 띠며 부드러운 맛이 특징입니다. 군산은침(君山银针)이 대표적인 황차입니다.
- 흑차(후발효차): 미생물을 사용해 후발효 및 숙성시킨 차입니다. 찻잎을 뭉쳐서 덩어리로 만든 압병 형태가 많고, 보이차(普洱)가 대표적인 흑차입니다.
향차(花茶)와 향수(香氣)
중국만의 꽃향을 더한 차도 유명합니다. 특히 복주(福州)의 재스민차(茉莉花茶)가 정평이 난 차 중에 하나입니다. 생화와 찻잎을 다층으로 겹쳐 향입(窨制)을 반복해 찻잎에 꽃 향이 스며들게 합니다.
차를 우려내는 법과 예절
- 물 온도와 시간: 녹차는 75~85℃에서 1~2분, 우롱차는 90℃ 안팎의 온도로 3~5분, 홍차·흑차는 95℃ 전후의 물로 2~3분 우려내는 것을 권장합니다. 과다 추출은 떫은 맛의 원인이므로 각 차에 맞는 온도와 시간에 맞춰 찻잎을 우려내야 하빈다.
- 분배(공도배): 잘 우려낸 차를 작은 주전자(공도배)에 모아 농도를 균일하게 한 뒤 작은 잔에 나눕니다.
- 감사 예절: 광둥권에선 차를 따라주면 두 손가락으로 탁자 '톡톡' 두드려 감사함을 표현합니다.
- 리필 신호: 주전자 뚜껑을 살짝만 얹어 두면 "추가 물/차 부탁"의 신호로 이해하는 곳이 많습니다.
2. 중국 술
중국 술은 크게 증류주(백주), 발효주(황주·미주), 과실주(葡萄酒 등), 맥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백주(白酒, 증류주)
곡물+누룩(취)로 발효시킨 증류주로 도수는 보통 38~65도입니다. 백주는 향 스타일로 많이 나눕니다.
- 장향(酱香): 구수·콩장 같은 깊은 향이 나는 술. 마오타이(茅台)가 장향의 대표적인 술입니다.
- 농향(浓香): 달큰·화사한 향이 나는 술. 오량액(五粮液), 노주노교(泸州老窖), 양하대곡(洋河大曲)이 대표적인 농향 백주입니다.
- 청향(清香): 깨끗·담백한 향이 나는 술. 분주(汾酒)가 대표적인 청향 백주입니다.
- 그 외 복합·미향·소곡특·지초향 등이 있고, 도수는 38~65도까지 넓습니다. 북경의 얼궈터우(二锅头)처럼 지역 대표 상징주도 존재합니다.
✅ 고량주라는 말은 보통 백주 전체를 느슨하게 부르는 한국식 표현입니다(원재료에 '수수(高粱)'가 들어간 술도 있지만, 오늘날 백주는 여러 곡물을 사용합니다).
중식당 메뉴에서 많이 보는 브랜드
- 연태고량주: '연태(Yantai)' 지역 브랜드군(도수 34~39%대 제품이 흔함)으로 깔끔하고 드라이한 것이 특징입니다.
- 공부가주(孔府家酒): 도수는 38~52% 정도로 부드러운 단맛과 알싸함이 균형을 이루는 술입니다. 주로 농향으로 생산됩니다.
- 이과두주(二锅头酒): 도수는 42~56%로 드라이하며 직선적인 것이 특징입니다. 가성비가 있어 인기가 많습니다(북경 '홍성' 등).
- 금문고량주(金门高粱酒, 대만): 38/58도의 술로 깨끗한 곡물 향이 나며 피니시가 또렷한 것이 특징입니다.
- 마오타이·우량예: 프리미엄급 백주입니다.
- 실온으로 소주잔·작은 잔에 조금씩 마시면 좋습니다. 양꼬치·마라향궈·고추잡채·깐쇼새우·훠궈처럼 향신이 강하거나 기름진 요리와 잘 맞습니다. 물·탄산수 곁들이면 부담이 줄어듭니다.
황주(黄酒, 곡물 발효주)
쌀·밀·조 등 곡물을 누룩으로 발효 및 숙성한 술로 보통 14~20도의 저도주(도수가 낮은 술)입니다. 샤오싱주(소흥주, 绍兴酒)가 대표적인 황주이며, 따뜻하게 데워(温酒) 마시거나 요리에 사용하여 감칠맛을 더합니다. 황주는 한국의 탁주와는 달리 당화·숙성·산화 숙성의 풍미가 강조되고, 맑은 여과형이 많습니다. 한국에서 흔히 "중국 청주"라 부르는 건 대체로 샤오싱 황주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주(药酒)·가향주
술에 인삼·구기자·오가피·진피 등 약재·향신을 담가 풍미를 더한 약침주(药酒) 전통이 있습니다. 죽엽청주(竹叶青) 같은 가향주(露酒/配制酒)는 향료·설탕을 배합한 리큐르 계열로 보시면 됩니다.
과실주와 와인
포도주는 한나라 이후 기록이 있고, 현대 산업은 산둥 연대(Yantai), 영하(宁夏, 닝샤 후이족 자치구), 신장(新疆)이 떠오릅니다. 닝샤는 카베르네 소비뇽 등 보르도 품종으로 국제 대회에서 많은 상을 받았습니다.
맥주
칭다오(Tsingtao)는 독일 조계지 시절 양조 기술에서 출발해 대표 브랜드가 되었고, 하얼빈·얀징 등 지역 맥주 생태가 매우 다양합니다. 최근에는 크래프트(수제)도 성장 중입니다. 맥주는 탄산·청량감이 강해 탕수육·깐풍기·짜장/짬뽕·볶음밥과 함께 마시면 실패할 확률이 적습니다. 매운 마라 요리에도 차가운 라거를 함께 마시면 상쾌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음주 예절
- 건배(干杯)는 원래 '원샷'의 뉘앙스지만, 요즘은 건강·업무 사정으로 절제하는 것도 용인되고 있습니다. 처음 잔은 주최·연장자가 제의하며 잔을 부딪칠 땐 상대보다 약간 낮게 들어 존중을 표현합니다.
- 자기 잔은 스스로 채우지 않고, 옆 사람 잔을 살피되 무리하게 술을 권하는건 금지합니다.
- 향음(香饮): 황주는 미지근하게, 백주는 실온이 일반적입니다. 샤오싱주·샤오싱 노주(陈年黄酒)는 요리에 많이 사용됩니다. 중국음식 조리에서 조금의 주향·당분·산미가 감칠맛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합니다.
3. 차와 술, 현대의 변화
- 건강·위생·지속가능성: 차는 농약·중금속 검사·원산지 추적을 중시하고, 술은 저도·저당·무첨가 트렌드가 확산 중입니다.
- 서비스 변화: 광둥식 레스토랑은 공용 젓가락·집게, 개별 소분(分餐)을 병행하고, 차 리필 제스처(뚜껑 올려두기, 손가락 톡톡) 같은 전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 페어링: 장향 백주는 구이·진한 조림(红烧), 농향은 향채·양념 강한 요리, 청향은 담백한 냉채·해산물과 잘 어울립니다. 보이차·우롱은 기름진 요리의 느끼함을 눌러주는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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