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드의 시작 - 조세르와 스네프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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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초의 피라미드, 조세르의 계단 피라미드
이집트에 가면 누구나 기자의 거대한 피라미드를 떠올리지만, 피라미드의 역사는 훨씬 더 오래 전, 남쪽에 있는 사카라(Saqqara)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제3왕조 2대 왕 네체리케트(후대에 '조세르'라 불림)는 인류 최초의 피라미드인 계단 피라미드(Step Pyramid)를 세운 인물입니다.
원래 그의 무덤은 단순한 직사각형 모양의 마스타바였습니다. 그런데 왕은 이 직사각형 모양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해요. 왕은 "더 크고, 더 웅장하게" 짓도록 지시하였습니다. 몇 차례 증축이 이어지면서 무덤이 점점 커지고, 결국 여섯 단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계단 피라미드가 완성되었습니다. 이 피라미드의 높이는 약 62~63m로, 인류 역사상 첫 번째 거대 석조 건축물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고고학자들은 이를 두고 "왕의 권위가 커질수록 무덤도 커졌다"는 증거라 말합니다. 단순한 무덤이 아니라, 파라오의 힘과 신성함이 눈에 보이도록 층층이 쌓여 올라간 셈이죠.
재상 임호테프(Imhotep)가 이 설계를 주도했는데, 그는 단순한 건축가를 넘어 신성시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후대에는 의술의 신으로 숭배되었고, 그리스에서는 아스클레피오스와 동일시될 정도였죠.
당시 피라미드 건설은 단순한 무덤 축조가 아니었습니다. 피라미드는 왕이 죽은 뒤에도 별과 함께 영원히 존재한다는 신앙을 반영한 상징이었습니다. 실제로 조세르의 계단 피라미드는 북쪽 하늘의 별자리 방향에 맞춰져 있습니다. 이는 왕의 영혼이 밤하늘의 '죽지 않는 별들'과 함께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 세드 축제와 부조
계단 피라미드 지하 복도에는 왕이 세드(Sed) 축제를 치르는 장면이 새겨져 있습니다. 세드는 왕이 즉위한 지 30년이 되면 열리던 왕위 갱신 의식으로, 파라오가 신의 힘을 재확인하고 영원히 젊음을 유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사카라에 가면 이 부조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데, 이것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당시 왕의 종교적 세계관을 느낄 수 있습니다.
⚠️ 무너질 뻔한 피라미드
조세르의 계단 피라미드는 약 4,700년을 버텼지만, 1992년 카이로 인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내부 구조가 손상되면서 붕괴 위험이 제기되었습니다. 당시 내부 석실 천장이 흔들리고 균열이 생기면서, 학자들과 보존 단체들이 "더는 방치하면 붕괴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았습니다.
2006년부터 본격적인 보수 공사가 시작됐으나, 초기에는 잘못된 공법(철제 지지대 설치 등)으로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후 이집트 정부와 국제 전문가 팀이 협력하여 14년에 걸친 보수 끝에 피라미드는 안정화되어 2020년에 다시 개방되었습니다.
🏺 계단 피라미드 주변의 또 다른 볼거리
사카라는 단순히 조세르 피라미드 하나만 있는 곳이 아닙니다. 이집트 고왕국 시대부터 신왕국, 심지어 그 이후 시대까지 사용된 거대한 공동 묘역이라 볼거리가 정말 다양합니다.
- 귀족들의 마스타바 무덤: 고위 관리나 사제들의 무덤 내부에는 농사, 사냥, 음악, 잔치 장면 등 일상생활이 벽화로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기자 피라미드 내부가 단순한 반면, 사카라의 무덤 벽화는 "고대 이집트 사람들의 삶"을 가까이 보여줍니다.
- 티티 왕의 피라미드: 제6왕조 파라오 티티(Teti)의 피라미드에서는 세계 최초의 종교 문헌인 피라미드 텍스트가 발견되었습니다. 사후 세계와 태양신에 대한 믿음을 적은 이 글귀들은 이집트 종교사 연구에서 엄청나게 중요한 자료입니다.
- 임호테프 박물관: 계단 피라미드 입구 근처에 위치한 작은 박물관으로, 피라미드 건축 도구, 작은 조각상, 발굴 당시 발견된 유물들을 전시합니다. 임호테프라는 천재 건축가가 어떤 인물이었는지 감상할 수 있습니다.
🪦 피라미드를 완성형으로 발전시킨 왕, 스네프루
조세르의 혁신을 이어받아 피라미드를 완성형 구조로 발전시킨 왕은 제4왕조 초대 파라오 스네프루(Sneferu)입니다. 그는 단 한 명의 왕으로서 무려 세 개의 거대한 피라미드를 남겨, 건축 실험과 진화를 이끌었습니다.
- 메이둠 피라미드: 원래 매끈한 외관을 가진 완전한 피라미드였으나, 외장이 무너져 오늘날은 계단 모양이 드러납니다. 오랫동안 제3왕조 후니가 시작했다고 알려졌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스네프루가 처음부터 주도했다는 설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 굴절 피라미드(Bent Pyramid): 중간 경사가 꺾인 독특한 모습입니다. 건설 중 구조적 문제가 발생해 각도를 낮춘 결과물로 보이지만, 이는 당시 건축 기술의 실험 정신을 잘 보여줍니다.
- 붉은 피라미드(Red Pyramid): 이집트 역사상 최초의 완전한 매끈한 삼각뿔형 피라미드입니다. 적색 석회암으로 만들어져 ‘붉은 피라미드’라 불리며, 오늘날 관광객이 내부까지 들어가 볼 수 있습니다.
스네프루 시대의 피라미드들은 단순한 무덤이 아니라, 태양신 '라'와 파라오의 권위를 상징하는 거대한 기념비였습니다. 피라미드의 삼각형 형태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태양광선을 본뜬 것으로,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신성한 통로를 의미했습니다.
🏜️ 기자 vs 사카라 ― 어디가 더 매력적일까?
많은 여행자는 기자의 대피라미드를 먼저 떠올리지만, 고고학자들은 종종 이렇게 말합니다. "기자는 웅장함으로 압도한다면, 사카라는 볼거리가 풍성하다."
기자의 피라미드 내부는 벽면에 특별한 벽화 없이 비교적 단순한 방과 통로 위주로 되어있습니다. 투어를 통해 기자 피라미드를 방문하면, 밖에서 사진 찍으면 멋있게 나오는 피라미드라고 소개하며 추가 요금을 내고 피라미드 내부를 구경하는 건 추천하지 않기도 합니다.
반면, 사카라에서는 훨씬 다양한 장면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귀족 무덤 내부에는 농사, 연회, 제사 장면 같은 생생한 벽화가 남아 있고, 일부 피라미드에서는 세계 최초의 종교 문헌인 피라미드 텍스트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관광객이 적어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는 장점까지 있어, 현장을 더 깊이 감상할 수 있습니다.
즉, 기자가 "세계 7대 불가사의의 압도적인 스케일"이라면, 사카라는 "고대 이집트의 일상을 가까이 볼 수 있는 비밀스러운 창"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여행자가 알아두면 좋은 팁
- 사카라(Saqqara): 기자보다 한적해, 피라미드의 시작을 차분히 볼 수 있습니다.
- 다슈르(Dahshur): 붉은 피라미드와 굴절 피라미드가 있는 지역으로, 붉은 피라미드 내부에 들어가 보는 경험은 꼭 추천할 만합니다.
- 사진 포인트: 굴절 피라미드는 독특한 외형 덕분에 인생샷 장소로도 유명합니다.
🌍 마무리
조세르가 "최초의 피라미드"를 세워 문명의 상징을 남겼다면, 스네프루는 "완성형 피라미드"를 만들어 이집트 건축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습니다.
이 두 파라오 덕분에 피라미드는 단순한 무덤이 아닌 신과 왕, 우주를 연결하는 상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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