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상차림의 기본 원칙
- 자리 배치: 수저는 오른쪽에 나란히 두고, 숟가락이 앞·젓가락이 뒤로 놓습니다. 끝은 상 바깥으로 2~3cm 정도 나가게 두는 것이 단정하게 놓는 방법입니다.
- 주그릇: 밥은 앞줄 왼쪽, 국은 오른쪽에 놓습니다. 찌개는 보통 국 뒤나 오른쪽에 붙이고, 물김치는 뒷줄 오른쪽에 둡니다.
- 온기 우선: 국·찌개·구이·전 등 따뜻한 요리는 오른편에, 장·젓갈·마른찬처럼 곁들임은 왼편에 두면 손이 자연스럽게 가게 됩니다.
- 겹치지 않기: 반찬은 재료·조리법·색이 반복되지 않도록 골라 영양과 조화를 맞추도록 합니다.
한국 일상식은 전통적으로 독상(외상)이 기본입니다. 두 사람이 한 상을 쓰는 겸상도 있었지만, 집안마다 관행이 달랐습니다. 다만 잔치·교우 자리에서는 교자·겸상이 널리 병행되었습니다.
2. 반상 체계(첩수)
첩은 기본적인 밥·국·김치·종지류(간장·초고추장 등)를 뺀 반찬 그릇 개수를 말합니다.
1) 3첩 반상
생채 또는 숙채, 구이(또는 조림), 마른찬/장/젓갈 중 한 가지로 구성된 세 가지 찬이 기본입니다. 단출하지만 균형이 좋아 일상식으로 적합합니다.
2) 5첩 반상
3첩에 전과 추가 조림(또는 구이)가 더해진 구성으로 조금 더 풍성해진 반상입니다. 김치를 두 가지로 준비하거나 찌개를 곁들이는 구성이 흔합니다.
3) 7첩 반상
채(생채·숙채), 전, 구이, 조림, 마른찬/장·젓갈, 회 또는 편육 중 한 가지, 그리고 찌개 2가지로 구성됩니다. 상차림의 리듬이 확 살아나는 구성입니다.
4) 9첩 반상
7첩에 별찬이 늘어나고, 전골을 곁상으로 추가 됩니다. 잔칫상에 자주 사용된 반상입니다.
5) 12첩 반상(수라상)
12첩 반상은 수라상이라고도 불리며 궁중 격식을 갖춘 반상입니다. 12가지의 반찬이 나오며, 대원반·소원반·책상반으로 나눠 차립니다. 생채·숙채·전·구이(찬 구이와 더운 구이 각각 하나씩), 조림, 마른찬, 장과 젓갈, 회, 편육, 별찬, 찌개·전골이 포함됩니다. 12첩 반상에 사용된 반찬 각각은 조리법과 양념이 겹치지 않도록 중복을 피하는 것이 규범이었습니다.
3. 상황별 상차림
1) 죽상(아침 유동식)
부담 없이 속을 데우는 상차림으로 응이·미음·죽이 중심이고, 동치미·나박김치 같은 순한 김치, 포나 자반 같은 마른찬을 곁들입니다. 짜고 매운 찬은 피하는 게 원칙입니다.
- 응이상: 오이 동치미 + 소금/꿀
- 흰죽상: 흰죽 + 젓국 조치 + 나박김치/동치미 + 매듭자반 + 포/북어무침 + 간장
- 잣죽상: 잣죽 + 동치미 + 다시마 + 튀김 + 소금/꿀 등
2) 면상(국수상)
국수를 주식으로 하는 상으로 점심이나 간단한 식사를 하는 경우에 좋은 상차림입니다. 온면·냉면·떡국·만둣국 등을 중심에 두고, 편육·전·잡채·겨자채·찜을 곁들입니다. 후식은 떡·다식·과편·과일에 식혜/수정과/화채를 더해 마무리하면 품위있는 상차림이 완성됩니다.
3) 주안상(술상)
술의 성격과 손님 취향을 먼저 고려해야하는 상차림입니다. 육포·어포·어란 등 마른안주에 전·편육·찜·전골/매운탕을 한두 가지 더하고, 김치·생채·과일·떡·한과로 균형을 맞춰줍니다. 뜨거운 국물 안주(신선로·전골)가 있다면 오래 앉아있기 좋은 상차림이 완성됩니다.
4) 교자(잔치용 큰 상)
명절·잔치처럼 여러 명이 함께 먹는 상차림입니다. 주력 요리 몇 가지를 완성도 높게 준비하고, 과도한 반찬 가짓수보다는 색·질감·영양이 겹치지 않게 보조 요리를 배치하면 격이 살아나는 상차림이 됩니다. 냉·온면, 탕·찜, 전유어, 편육, 적·회, 구절판/잡채, 신선로, 김치 2종, 후식(편·숙실과·과일·차)이 대표 구성입니다.
4. 전통 식사예절 핵심
- 몸가짐: 단정한 복장과 반듯한 자세. 큰 소리·후루룩 소리·기구를 딱딱 부딪히는 소리는 삼가야 합니다.
- 수저 쓰기: 숟가락과 젓가락은 동시에 쥐지 말고, 하나씩. 그릇 위에 걸치지 않으며, 밥·국그릇을 손에 들지 않는 것이 전통 예법입니다.
- 먹는 법: 음식은 한입 크기로 먹고, 입에 음식이 있을 땐 말하지 않아야 합니다. 국물은 그릇을 들이키지 말고 숟가락으로 조용히 떠먹어야 합니다. 뼈·가시를 바르거나 뱉을 때는 보이지 않게 손수건/종이로 잘 처리합니다.
- 식탁 예절: 멀리 있는 반찬은 팔을 길게 뻗지 말고 건네 달라 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반찬을 뒤적이거나 고명을 털어내는 것도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입니다.
- 마음가짐(『규합총서』·『소학』·『예기』의 정신)
- 음식이 상에 오르기까지 들인 노고와 근원을 떠올리기
- 탐식 금물, 절도 지키기
- 음식은 약과 같다는 인식(의식동원)
- 어른을 공경하고, 함께 먹는 이와 사양과 배려를 나누기
마무리
한식 상차림은 맛의 조합만이 아니라 배려의 순서와 질서를 담습니다. 무엇을 어디에 놓고, 어떤 마음으로 먹는가-이 작은 규범이 집안의 기품이 되고, 손님에게는 환대가 됩니다. 전통의 형식을 이해한 뒤, 오늘의 환경에 맞게 정돈된 단순함으로 적용하여 상을 차려보면 좋습니다. 소박한 3첩도, 정성만 있다면 가장 멋진 한국 상차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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