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한과란 무엇인가
한과는 곡물과 꿀·엿·견과·과일 등을 기본으로 튀기고, 조리고, 굳히고, 빚어 만든 우리 전통 과자류의 총칭이다. 고문헌에는 '조과(造果)·과정(果餈)·과줄'로도 불렸고, 외래 과자와 구분하려 '한과'라는 이름이 널리 정착했다. 제사·혼례·연회 같은 의례와 일상의 다과상에 두루 올랐고, 색·모양·고임으로 상징을 표현하는 식문화의 매개였다.
2. 역사적 전개
- 삼국·통일신라: 불교 융성과 음다(飮茶) 풍속 확산이 배경이 되어 꿀·기름을 조미에 본격 활용, 다과 문화가 형성되었다. 팔관회·연등회 등 국가 행사용 상차림에 한과가 등장하며 위상이 높아졌다.
- 고려: 유밀과(기름+꿀을 써 튀긴 밀가루 과자)가 절정. '유밀과 봉정 금지' 같은 금령 기록은 너무 인기가 높아 재료 수급·물가에 영향을 줄 정도였음을 반증한다. 원에까지 전해져 '고려병(약과)'으로 칭송받았다.
- 조선: 유교 의례가 정착하며 차례·혼례·회갑 등 통과의례 고임에 한과가 필수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왕실·반가에서 전문 장인을 불러 약과·강정·다식·정과 등을 높은 고임으로 쌓아 올렸고, 민가에서도 정월 세찬·이바지 음식으로 널리 만들었다.
3. 한과의 특징
- 원재료의 힘: 쌀·찹쌀·밀·콩·깨·잣·호두·밤·대추 등 곡물·종실·꿀·엿이 중심이라 탄수화물·지방·식이섬유·미네랄이 고르게 들어간다.
- 모양·문양의 상징성: 다식판의 '수·복·강·녕' 글자, 꽃·수레바퀴·완자 문양, 고임의 높낮이와 색 대비는 길상(吉祥)을 시각화한다.
- 보존성: 강정·엿강정처럼 수분활성이 낮고 당이 높은 제품은 비교적 오래 간다. 다만 기름 산패와 수분 재흡수를 막기 위해 밀폐·서늘한 보관이 필수다. 방부제 없이도 "안 상한다"는 식의 절대 표현은 부정확하며, 적절한 저장 관리가 전제다.
4. 주요 분류와 대표 품목
1) 강정류
찹쌀 반죽을 찌고→건조→튀긴 뒤 조청·엿물로 결착해 고물을 묻히거나 버무린다. 재료·형상에 따라 산자(네모), 손가락강정, 매화강정, 튀밥강정 등으로 나뉜다. 식감의 관건은 수분 제거와 기름 온도(대체로 160~170℃ 전후)다.
2) 유밀과류
밀가루 반죽에 참기름·꿀(또는 조청)·술을 넣어 성형 후 기름에 지져 만든 군.
- 약과: 약과관(틀)으로 찍어 150~160℃의 기름에서 서서히 익힌 뒤 꿀·조청에 재운다.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한 결이 핵심
- 매작과(매엽과): 생강즙·소금으로 반죽해 얇게 밀고 칼집을 뒤집어 모양을 내 튀긴 뒤 시럽을 살짝 입힌다.
- 차수과: 여러 색으로 물들인 반죽을 가늘게 잘라 비틀어 튀기는 장식형 과자
3) 숙실과류
실과를 익혀·조려 만드는 과자.
- 밤초·대추초: 밤과 대추를 꿀·계피향으로 윤택하게 조린 쌍 구성
- 율란·조란·생란: 밤·대추·생강을 으깨 꿀과 배합해 원형을 본뜬 빚기가 특징
4) 과편류
과일을 삶아 과육을 거른 뒤 녹두전분 등으로 묵처럼 굳힌 젤리형 과자. 앵두·살구·오미자처럼 산미·색감이 좋은 과일이 어울린다.
5) 다식류
깨(흑·백)·콩(백태·청태)·송화·찹쌀 등을 곱게 빻아 꿀로 반죽, 다식판에 찍어 낸다. 차(녹차·전통차)와의 조화가 좋고, 문양으로 축수·길상을 표현한다. 반죽은 과습하면 틀에서 깨지고, 과건조하면 갈라지므로 꿀·물엿 비율과 치대기(결합)가 관건.
6) 정과류
연근·생강·모과·산사 등 뿌리·열매를 설탕·조청·꿀로 진득하게 조린 것.
- 진정과: 끈끈한 시럽 상태로 마감(광택·쫀득)
- 건정과: 시럽을 털어내고 마른 설탕을 입혀 바삭한 식감(예: 편강)
꿀·조청·설탕은 끈기·향·결정성이 달라 혼합 사용 시 식감 제어가 쉬워진다.
7) 엿강정류·엿
견과·씨앗·곡물 알갱이에 엿물(설탕+물엿+꿀의 배합)을 입혀 굳힌 군. 엿물은 너무 묽으면 늘어지고, 설탕만 쓰면 결정화로 부서지기 쉬우므로 혼합이 안전하다. 전통 갱엿은 곡물밥을 엿기름으로 당화→농축→늘리기해 만든다(늘리면 공기가 들어가 흰엿).
5. 한과를 잘 만드는 핵심 포인트
- 수분 관리: 강정·유밀과는 충분 건조 후 튀겨야 바삭함이 유지된다.
- 유탕 온도: 150~170℃ 범위를 기본으로 작은 불–긴 시간(약과), 짧고 빠르게(매작과)처럼 품목별 설정이 다르다.
- 결착과 숙성: 약과는 시럽 재움(숙성), 엿강정은 엿물 농도가 식감과 보존을 좌우한다.
- 보관: 산패를 막기 위해 밀폐·저온·차광. 강정은 실리카겔, 정과는 습도 과다 회피. 개별 포장이 유리하다.
6. 오늘의 상차림으로 확장
전통 한과는 카페·디저트로 재해석되고 있다. 흑임자·말차·비트·유자·감귤 등 천연 색·향을 더해 당을 조절하고(꿀·조청 혼합), 비건·할랄 콘셉트로도 설계 가능하다. 알레르기(깨·땅콩·호두·콩)는 표기와 교차오염 관리가 필수이며, 선물세트는 원재료·보관법·섭취기한 안내가 신뢰를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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