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알고 가면 더 재미있는 섬 이야기 🌴
목차
푸른 바다와 다이빙으로 유명한 오키나와. 하지만 이 섬은 휴양지 이상의 매력을 품고 있습니다. 독립 왕국이었던 역사부터, 전쟁의 상처, 신비한 전설, 그리고 미국 문화가 섞여 탄생한 독특한 생활 풍경까지… 알고 나면 여행이 훨씬 풍성해질 이야기들을 소개합니다.
1. 일본이 아니었던 나라, 류큐 왕국
오키나와는 15세기 초(1429년), 쇼하시(尚巴志)라는 인물이 오키나와 섬에 흩어져 있던 세 개의 세력(북부의 호쿠잔, 중부의 주잔, 남부의 난잔)을 통일하면서 시작되었어요. (이를 삼산 통일이라 불러요!)
그 후로 19세기까지 약 450년 동안 류큐 왕국이라는 독립된 나라였어요. 중국(명나라)·일본·동남아·조선을 잇는 해상 교역로 덕분에 작은 섬나라임에도 굉장히 부유하고 화려한 문화를 꽃피울 수 있었답니다!
류큐 왕국의 수도는 슈리였는데.. 오키나와를 방문하신 분이라면 익숙한 이름일꺼에요!
이 수도에 있던 왕궁이, 현재 오키나와의 관광지로도 유명한 슈리성(首里城)이에요! 중국식·일본식 건축이 섞인 붉은 성으로, 류큐 왕국이 세워지기 전부터 존재했었다고 해요.
슈리성의 일부 유적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있어요.
슈리성은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오키나와 전투에서 파괴되었다가 1992년부터 복원이 시작되었어요. 그리고 2019년 1월 복원이 완료되었지만.. 슬프게도 그 해 10월 대형 화재로 인해 건물 대부분과 많은 유물들이 피해를 입었어요. 전기 합선으로 인한 화재로 추정된다고 해요.
현재는 화재로 소실된 슈리성을 다시 복원 중입니다.
다시 류큐 왕국으로 돌아와서.. 1879년, 메이지 일본 정부의 '근대화' 과정을 통해 류큐 왕국이 일본에 병합되면서 사라지게 되었어요. 이 사건을 류큐 처분(琉球処分)이라고 불러요.
류큐 왕국은 폐지되고, 이 지역은 오키나와현(沖縄県)으로 편입. 마지막 국왕 쇼타이(尚泰)는 도쿄로 끌려가 귀족 신분으로 살아야 했습니다.
이로써 약 450년 이어진 류큐 왕국의 역사가 막을 내립니다.
오키나와 여행 중 슈리성을 통해 재건되는 역사를 직접 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될 거예요!
2. 집을 지키는 수호신, 시사 🦁
거리 곳곳, 지붕이나 상점 앞에서 으르렁거리는 사자 모양의 인형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시사(シーサー)인데요.
전설에 따르면 옛날 나하 마을을 괴롭히던 괴물을, 왕이 세운 사자상이 쫓아냈다고 합니다.
그 뒤로 시사는 오키나와의 수호신이 되었고, 항상 한 쌍으로 존재하는데요. 지금도 입 벌린 시사(수컷)는 행운을 불러들이고, 입 다문 시사(암컷)는 악귀를 막는다는 의미로 짝을 지어 세워져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현지인에게는 여전히 "집을 지켜주는 수호신"이라는 의미가 강하지만, 관광객에게는 여행 기념품으로 인기 만점이 되며 "오키나와에 왔다는 증표"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3. 태평양 전쟁(오키나와 전투)의 상처
1945년 오키나와는 태평양 전쟁의 마지막 격전지였습니다. 4월 1일부터 6월 23일까지 약 3개월간 이어진, 태평양 전쟁의 마지막이자 가장 참혹했던 지상전으로 섬 전체가 전쟁터가 되었고, 민간인까지 포함해 약 20만 명이 희생되었어요.
그래서 오키나와에서는 매년 6월 23일을 '오키나와 위령의 날'로 기립니다.
오키나와가 이러한 격전지가 된 이유는 연합군(추축국인 독일, 이탈리아, 일본에 맞서는 나라들)이 일본 본토를 압박하기 위해 항공·해군 기지로 쓰기 좋은 대형 섬이 필요했고, 규슈 남쪽 관문인 오키나와가 딱 적합했기 때문이에요.
오키나와 전투에 얽힌 가장 슬픈 이야기 중 하나는 바로 히메유리 학도대(ひめゆり学徒隊, Himeyuri Student Corps)에요.
미군의 오키나와 상륙을 앞둔 3월, 인솔교사 18명, 여학생 222명이 간호병으로 동원되었어요.
히메유리 학도대에서 히메유리는 이 학생들이 다니던 두 개 학교 이름을 합친 것이고, 학도대는 학생 병사라는 뜻이에요.
1945년 6월, 전세가 기울자 일본군은 히메유리 학도대에게 "해산" 명령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전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의 이러한 해산은 전쟁터 한가운데 버려지는 것이나 다름 없었어요.
결국 히메유리 학도대의 절반 이상이 사망한 비극적인 역사로 남게되었어요.
이 외에도, 일본군의 대규모 가미카제(자살공격기)에 의해 미 해군은 36척 격침 + 368척 피해라는 막대한 손실을 입고 많은 사상자를 내기도 하고 군인이 아닌 민간인의 피해도 컸어요.
오키나와 남부의 마부니 언덕(摩文仁の丘)에 있는 평화기념공원에서는 전쟁으로 희생된 사람들의 이름이 국적 상관없이 새겨져 있어요.
한국인 위령비도 따로 세워져 있는데, 당시 강제로 끌려와 희생된 조선인들의 이야기도 함께 기억되고 있습니다.
추가로 오키나와 전투 중, 남부의 마에다 절벽(Hacksaw Ridge)에서 총을 들지 않은 의무병 데스먼드 도스가 혼자 수십 명(50~100명)을 밧줄로 끌어내 구출한 이야기는 2016년, 핵소 고지(Hacksaw Ridge)라는 영화로 개봉했답니다.
4. 니라이카나이, 바다 너머 신들의 땅 🌊
오키나와 사람들은 바다 건너 어딘가에 니라이카나이(ニライカナイ)라는 신들의 세계가 있다고 믿었습니다.
(용궁·아틀란티스·엘도라도와 비슷한 느낌이에요!)
풍요와 행복을 가져다주는 신들이 그곳에서 배를 타고 찾아온다고 했죠.
이 믿음의 중심지인 세이파우타키(斎場御嶽)는 오키나와 남부, 난조(南城)라는 지역의 숲 속에 있는 신성한 제단으로 류큐 왕국 시대에 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제례가 열리던 장소였다고 해요.
2000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되었습니다.
거대한 바위 사이로 바다 너머가 보이는 풍경은, 실제로 서 있어도 왠지 신비로운 기운을 느끼게 합니다.
5. 코우리섬, 연인의 섬 💕
오키나와 북쪽의 작은 섬 코우리섬(古宇利島)에는 '오키나와의 아담과 이브' 전설이 있습니다.
코우리섬을 특별하게 만드는 건 바로 이 전설이에요.
- 옛날에 하늘에서 내려온 한 쌍의 남녀가 있었고,
- 그들이 코우리섬에 살면서 서로 사랑하며 아이를 낳아,
- 결국 오키나와 사람들의 조상이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코우리섬은 지금도 연인들의 성지, 사랑의 시작을 상징하는 곳으로 여겨집니다.
특히 섬 북쪽 해안에는 파도와 바람에 깎여 만들어진 두 개의 바위가 있는데, 멀리서 보면 하트 모양이라 하트 록(ハートロック)이라고 불려요.
연인끼리 찾아와 사진을 찍으면 "영원히 함께한다"는 말이 전해질 정도로, 지금은 섬의 대표 상징이 되었어요.
저는 북부 일일 버스투어로 코우리섬을 방문했었는데요. 하트 록은 코우리섬 북쪽에 위치해있는데 저희 투어는 코우리 대교가 보이는 남쪽에만 잠깐 머물렀기 때문에 하트 록을 보지 못하고 왔네요. 😭
6. 오키나와의 아메리칸 컬처 🇺🇸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오키나와는 1972년까지 27년 동안 미국의 직접 통치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섬 전역에 미군 기지가 남아 있고, 생활 곳곳에 미국 문화의 흔적이 보입니다.
(일본에 있는 미군 기지의 약 70% 이상이 오키나와에 있어요!)
- 스테이크 문화 : 미군 병사들의 식습관이 뿌리내리면서 지금은 "심야 스테이크"가 오키나와의 명물이 되었어요. 술자리 뒤 라멘 대신 스테이크를 먹는 게 현지식 해장입니다. 대표적으로 잭스 스테이크 하우스는 1953년 미군 주둔 시절부터 이어져 온 맛집이에요.
- 스팸 요리 : 미군의 군용 식량이던 스팸은 이제 오키나와 오니기리와 반찬에 빠질 수 없는 재료가 되었습니다.
- 자동차 문화 : 본토 일본은 철도 중심이지만, 오키나와는 미국식 생활 습관이 자리 잡으면서 차 중심의 문화가 발달했어요.
관광객 입장에서는 독특한 문화로 느껴지지만, 현지인들에겐 기지 문제 때문에 복잡한 마음이 남아 있습니다. 범죄 문제·소음·토지 점유 같은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거든요.
그래서 오키나와 사람들에겐 미국 문화가 친숙하면서도 불편한 존재라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고 해요.
7. 세계 장수 마을의 비밀 🧓
오키나와는 전 세계 연구자들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사는 지역 중 하나'로 꼽는 곳이에요. 단순히 오래 사는 게 아니라, 80~90대에도 활발히 농사·걷기 등 활동을 이어가는 건강 장수가 특징이에요.
학자들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원인들을 연구하였는데요. 건강 장수의 비결은 아래와 같은 이유 때문일 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① 식습관 - 하라하치부(腹八分)와 저칼로리 전통 음식
- 하라하치부(腹八分目): "배를 80%만 채운다"는 식습관으로 과식하지 않고 절제하는 문화가 건강 장수의 비결로 꼽혀요!
- 고구마, 채소·해조류, 콩·두부, 적은 고기·지방 섭취로 인해 심혈관 질환, 당뇨, 비만 비율이 낮다고 해요.
② 생활 습관 - 꾸준한 활동과 공동체
- 농사·정원 가꾸기: 80~90세 어르신들도 직접 텃밭을 일구고 걷습니다. 규칙적 신체 활동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환경이에요.
- 사회적 유대(모아이, 模合): 친목·상부상조 모임으로, 평생 이어지는 친구 그룹 같은 공동체를 뜻해요. 이로 인해 외로움과 스트레스를 줄이고 정서적 안정을 준다고 합니다.
- 이키가이(生き甲斐): "내가 살아가는 이유·목적"이라는 가치관으로 노년에도 삶의 의미를 갖고 적극적으로 생활한다고 해요.
③ 정신적·문화적 요소
- 적극적인 낙관주의: 오키나와 사람들은 "될 대로 되라~" 같은 긍정적 태도로 생활한다고 해요.
- 조상 제사, 마을 축제, 신당(우타키) 신앙 등도 정신적 버팀목이 된다고 합니다.
④ 자연 환경
- 온화한 기후: 겨울이 따뜻하고, 사계절 야외 활동이 가능해 신체 건강에 유리한 부분이 있다고 하네요.
- 바다와 신선한 식재료: 오키나와가 해산물, 해초류 등 미네랄 풍부한 식재료 접근성이 뛰어난 지역인 이유도 있어요!
- 미국의 캘리포니아 사람들도 따뜻한 기후 속에 여유로움이 넘치기로 유명한데요. 오키나와도 이러한 자연 환경이 정신적인 요소에도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⑤ 과학적 연구 결과
- 오키나와 노인들은 심장병, 암, 치매 발병률이 낮음이 여러 국제 연구에서 확인되었어요.
- 혈액·유전자 연구에서는 일부 장수 관련 유전자(FOXO3A 등)가 다른 지역보다 많이 발견되었어요. 하지만 이런 유전자보다는 환경과 생활 습관 요인이 훨씬 큰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어요.
학자들은 위와 같은 이유들을 장수의 원인으로 꼽지만, 현지인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합니다.
"고야(여주), 돼지고기, 그리고 매일 아침 바다에 기도하는 마음 덕분이야."
실제로 할머니들이 아침마다 바다를 향해 손을 흔들며 기도하는 풍경은 여행자에게도 잔잔한 울림을 준답니다!
'알쓸여행사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사이판 여행 전에 알아두면 좋은 이야기들 (2) | 2025.08.29 |
---|